Inhee Jang: Solo Exhibition

  • Artist: 장인희 Inhee Jang
  • HANMI GALLERY | SEOUL
  • 2017년 9월 9일 –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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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초가을 9월에 <한미갤러리-서울>은 장인희 작가 개인전 ‘시간의 잔해; The Debris of Time’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억되지 못한 순간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자연스럽게 망각되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이라 여겨지는 강렬한 기억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일상적 순간들 더미 꼭대기에 우연히 위치하게 된 하나의 순간입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압도적인 양에 묻혀 외면된 매 순간들과 그들이 가능하게 한 ‘결정적 순간’이나 ‘지금 이 순간’의 가치는 같습니다. 작가는 전체를 구성하지만 개별로는 존재할 수 없는 순간들을 유기체의 세포와 생명의 관계로 이해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유일무이한 이유는 그들이 모두 다른 순간들의 합과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유일성과 불가역성을 내포한 각각의 순간들이 뭉친 입체적 시간 덩어리가 되고 그 표면은 ‘지금 이순간’이자 ‘결정적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장인희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입체적 순간의 형태와 성질을 결정 짓는 내부의 수많은 순간들, 즉 잊혀진 순간들을 재조명 합니다. 작가의 작품은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덩어리인 동시에 해체되고 소분된 순간입니다.

 

시간의 수수께끼와 순간의 역설을 정면으로 직시해 온 장인희 작가의 작업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작가는 거울을 오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즉흥적으로 오려진 거울 조각들은 그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나 인물형의 가족 유사성을 가집니다. 이후 작가는 오려진 거울 조각들을 재조합합니다. 퍼즐처럼 각각의 인물형 조각들은 원래의 위치로 조합되거나 어울리는 조각들끼리 모아지는데, 여기서 작가는 그 사이에 생기는 틈에 주목합니다. 서로의 조각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틈들은 순간들의 다양한 관계를 구현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설치되면서 재조립된 거울들은 변형된 이미지를 반사하게 됩니다. 왜곡된 이미지를 반사하는 거울 조각들은 다른 조각들과 뒤엉켜 왜곡되어 있는 현재를 보여줍니다.

 

조작을 최소화한 우연적인 행위로 시작하여 점점 채울 수 있는 면적을 좁혀가는 이러한 작업 과정은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한한 시간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드러냅니다. 시작은 자유롭지만 주어진 재료를 더 이상 자를 수 없을 때까지 자르다 보면 만들어 낼 수 있는 형태가 제한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 세 가지 단계를 거친 장인희 작가의 작품은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인 시간의 덩어리이자 파편화된 순간의 집합체가 됩니다. 작품 속 거울 조각들의 절삭면은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조각들이 이루고 있는 틈은 과거의 파편들이 모아져서 생기는 현재를, 조각들이 모아져 반사시키는 왜곡된 이미지들은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의미하게 됩니다. 즉, 장인희 작가의 ‘거울 회화’에는 과거의 필연, 현재의 우연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며 일상적 순간과 결정적 순간의 관계가 동등한 무게를 갖습니다. .

 

이처럼 작가는 부분들의 유사성과 차이, 동질성과 이질성, 독립성과 연결성, 분화와 통합의 가능성을 고루 담아내며, 시간의 수수께끼 속, 그 내적 리듬과 역설을 모자이크적 구성으로 표현하여, 구체적이며 개방적인 ‘지금 이 순간’ 과 기억되지 못한 순간 등 살아있는 삶에 대한 내용을 담고있습니다.